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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bile/서비스

유튜브의 한계

1.
모든 사업자들에게 떨어지는 미션은 예나 지금이나 ‘10대를 장악하라 . 특히 서비스 사업자들에게는 그렇다. ‘젊다는 이미지도 중요하지만, 10대가 20대가 되어 자연스럽게 장악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10대들의 사용률은 늘 촉각을 곤두세우는 지표고, 그래서 유튜브가 10대를 장악했다는 조사 결과에 다른 미디어 서비스들은 바짝 긴장했다.

하지만, 유튜브 사용 시간 조사 결과에 의아한 점이 있다. 10대 이후 20대에서 급격히 떨어진 사용 시간은 40대까지 꾸준히 떨어지다가 갑자기 50대에서 증가한다. 유튜브 콘텐츠들에는 어떤 장점이 있어서 50대 이상에서 많이 쓰는 걸까?
질문을 바꾸면, 유튜브 콘텐츠들에는 어떤 단점이 있어서 20, 30, 40대에서 급격하면서도 꾸준히 사용 시간이 감소하는 걸까? 단순히 인터넷 사용과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치 않아서라고 답하기에는50대 이상에서 올라가는 사용 시간을 설명할 수 없다. 20, 30, 40대가 원하는 콘텐츠가 없거나 그들의 생활 패턴이 유튜브의 콘텐츠와 맞지 않아서다. 20, 30 대는 유료 결제를 하더라도 고품질의 콘텐츠를 소비하고 싶어서 일 수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부분은 생활 패턴의 차이에 기인한다. 예를 들어, ‘피해야 할 헤드 헌터 유형 이라는 콘텐츠를 보는데 플레이 타임 0초부터 ~ 끝까지 보고 싶다는 욕구 보다는 어떤 유형들이 있는지 정리된 소제목을 먼저 휙휙 넘겨보고 그 중 이거다 싶은 소제목에 대해서만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단순히 필요한 부분만 살펴보고 넘어가는 것이 20, 30, 40 대의 생활 패턴이라면 대신 그들은 많은 유튜브 콘텐츠를 넘겨보면서 타 연령대와 비슷한 사용 시간을 달성했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은 그들이 원하는 콘텐츠가 유튜브와는 맞지 않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많은 10, 50대에서 사용시간이 높고, 여유가 덜한 20, 30, 40대에서 사용시간이 적다는 것은 유튜브가 10대를 장악했다고 몇 년 뒤에 자연스럽게 20대도 장악할 수 없다는 의미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튜브에 콘텐츠를 올리고 한달에 몇 천만원씩 번다는 풍문에 나도 한 번 유튜브로 돈을 벌어보기 위해 등록 절차를 진행해 본다.
수익을 정산 받기 위해서는 일단 구글이 유통하는 광고를 싣기 위한 구글 애드센스 계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구글 애드센스에 가입하고 이 계정과 내 유튜브 채널 간 연결을 완료한다. 그랬더니 구독자 천명을 모아오라고 한다.
왜 유튜브 영상들이 앵무새처럼 시작할 때, 끝날 때 마다 구독 버튼을 눌러달라고 했는지 그제야 이해된다. 열심히 활동해서 천 명 조금 못 미치는 구독자에 다다랐을 때 아직 내 채널을 구독 중이지 않은 친구와 지인을 모두 동원해서 천명을 넘겼다하더라도, 이번에는 4천시간의 시청시간을 확보해야한다.

4천시간이 별 거 아닌것 같아도 지난 12개월 이내에 발생한 시간이라는 전제조건이 붙어 있다. , 4천시간을 365일로 나누면 약 11시간이므로 내 콘텐츠가 1년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11시간 이상씩 재생되야 가능한 수준이다. 이런 조건들을 모두 충족시켰어도 정산받을 수 있는게 아니라, 검토를 받을 수 있는 최소 조건이므로 검토 결과에 따라서는 아예 정산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블로그나 웹 페이지 혹은 내가 개발한 앱에 구글 애드센스를 통해 광고를 게재해서 수익을 정산 받을 때는 노출되는 광고와 클릭에 따라 소액이라도 정산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유튜브는 채널 검토를 승인 받기 전까지는 단 1원도 정산해주지 않는다. 검토 승인 받는 그 날까진 열정페이만 계속해야 하는 것이다. 스타 유튜버들이 이렇게나 많다고 홍보하는 너머에는, 열정 페이 중인 유튜버들이 전 세계에 셀 수도 없이 많을 것이며 그들은 오늘도 각자의 노력과 비용으로 생산한 콘텐츠에 구글의 광고판을 달고 공짜로 착취 당하고 있는 것이다.
 
3.
2018 10 17일에 유튜브는 전 세계 적으로 장애가 발생했다. 유튜브에 접속해도 아무 내용도 볼 수 없었고, 하얀 화면 뿐이었다. 한국 시간으로는 10 10분에 발생하여 11 40분까지 이어진 이 장애로 인해 광고주들은 집행한 광고를 노출 시킬 수 없었으며, 유튜브 프리미엄을 결제한 유료 가입자들은 지불한 비용에 대한 서비스를 받을 수 없었다. 그리고, 수익 정산을 검토 받고 싶은 모든 채널들은 12개월 내에 4천시간을 확보할 기회를 박탈 당했다. 하지만, 장애가 해결되고도 유튜브는 어떤 이유로 장애가 발생했는지 설명도 하지 않았고 피해를 입은 가입자, 사용자들에게 어떠한 보상도 내놓지 않았다. 갑질의 또 다른 모습이다.